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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보기/생각하고

플랫폼 시대, 내가 생각해왔던 플랫폼이란.

그동안 플랫폼을 생각할 때마다 열차 승강장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대학교 때는 열차를 타고 학교와 집을 오가기도 했었는데 지금 승강장의 모습보다는 그때의 승강장 모습이 더 떠오릅니다. 


최근 들어 '서비스(제품) 보다 플랫폼을 지향한다'  '플랫폼을 만든다' '플랫폼 기획자를 찾는다' '플랫폼 시대' 등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으면서 플랫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저렇게 저와는 정 반대의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플랫폼이 뭔데?라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제가 알고 있던 플랫폼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보기로 했습니다.



■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플랫폼 하면 떠오르는 것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이 모두 얽혀있는 그 모습이죠.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합니다만 시골의 역사는 조금 더 여유로웠기 때문에 그때의 모습이 더 잘 떠오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때문인지 플랫폼이라고 하면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목적은 보통 '이동' 인듯 합니다. 


■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장소 

승강장에서는 주로 종이컵에 내려주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구석에서 담배를 한대씩 태우면서 기다렸었던 것 같습니다. 늘 이용하는 자판기가 있었고, 늘 앉던 의자도 있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때는 2시간 정도 걸리는 이동시간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고향에 한번 가려면 하루를 통째로 날리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미련하다 보니 보통은 역사에 도착해야 열차의 운행 시간을 알았기 때문에 플랫폼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플랫폼(flat form) 은 승. 하차를 돕는 장소죠. 전 주로 기다리는 용도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만 많은 짐을 가진 분들은 기차에 짐을 싣기 편하게 도와주는 기능도 했을 것이니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장소'라는 표현으로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을듯합니다. 


■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앞서 자판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역 근처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자주 가는 식당도 있었죠. 그 외에도 숙박시설, 식당, 옷 가게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열차를 자주 이용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에 가기 전까지는 집밥, 급식만 먹던 제가 드디어 '순대국밥'이라는 걸 먹게 되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안에 신문을 팔거나 핫바를 파는 매점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좀 더 그 기억을 살려 구체적으로 적어 보면 플랫폼 이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듯하네요. 이동이 목적이 아닌 분들이 플랫폼으로 모여들고 있으니까요. 플랫폼을 승강장이라는 느낌보다는 기차역이라고 확장하면 조금 생각이 편해지는듯합니다. 


■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관계를 맺는 장소

그 당시에는 열차 칸 사이에서 담배를 태우기도 하고(통일호였던 걸로 기억나네요) 서로 불을 빌리기도 하고, 같이 탄 승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각종 먹거리를 판매하던 승무원, 열차표를 확인하고 체크해주던 승무원도 생각납니다. '이동'이라는 목적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필요하게 되었고 그들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 겁니다. 여기서의 관계는 '거래(주고받는 것)'로 보면 조금 이해가 편한듯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관계'를 맺는 장소

결국 플랫폼이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관계'를 맺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거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주로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BM)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분들과의 대화는 늘 이해하기 힘들고 겉돌기만 했었죠. 제가 생각하기에 플랫폼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한 곳에 모아두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라는 말은 처음 이야기했던 '어떤 목적'이라는 최초의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은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불편했던 이유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 생각한 것

어떤 분들은 플랫폼을 IT 서비스에서의 장터의 개념으로 이해한 것이고, 어떤 분들은 공산품의 자동화 시스템의 의미로서 플랫폼을 이해하고 계신 것이고, 그냥 사업 수단이나 비즈니스를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는 것입니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들은 예가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생각을 해 나가다 보니 대체 플랫폼이라는 놈이 뭔지 더 전혀 모르겠습니다. 


■ 어쨌든 사람이 많이 모이면 플랫폼 아닌가?

사람이 많이 모이면 다양한 돈벌이가 생길 수 있죠. '보배드림 옥수수 사건'을 아실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 베틀이 이슈화되어 배틀을 구경하려고 모인 사람들에게 옥수수를 팔려던 회원이 결국 판매를 못하게 되어 큰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옥수수가 맛이 없어서도 아니고 가격이 비싸서도 아닌 경찰의 출동으로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들은 플랫폼 관련 주제들은 모두 이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게임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기능이 필요할까요?',  '동영상 저작 판매 플랫폼을 만들겠다', '플랫폼 시대에선 나만 잘나서 되는 게 아니고 같이 만나야 돼요. 뭔가를 막 섞어야 돼요' '섞는 능력이 플랫폼 시대의 능력이에요' 등등.... 플랫폼이 될 것을 예상하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해야 된다는 맥락인지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두면 플랫폼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한다는 맥락인지 다양하게 마련하면 그것이 플랫폼이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옥수수 사건과 같이 결국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면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지 않나요? 


■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보는 관점이 있는듯합니다. 이 글을 다 작성하고 난 뒤에도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된다면 좀 더 플랫폼에 대한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만 이 글의 주제가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이란?' 이기 때문에 저만의 정의를 해봤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을 이야기할 때에는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정의가 자연스러움 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일종의 '진화'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냥 진화가 아니고 '진화하고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을 만들겠어'라는 말은 마치 수백만 년에 걸친 인간의 진화 과정을 모두 정리해서 '인간을 만들어보겠어!'라는 말처럼 들렸다는 겁니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비즈니스를 기획하는 관점에서 볼 때 전 못한다는 말이죠.


■ 진화는 '자연선택적' / 플랫폼은 '생태계'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죠. 한때 역 주변에는 왜 모텔과 술집이 저렇게 많은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하죠. 예전에는 지역 간 이동이 오래 걸렸고 그래서 일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숙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열차가 없는 시간대도 많았죠. 자연스럽게 숙박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들이 생겨난 거죠. 식사도 해야 했고 술도 한잔 걸친면 더 좋고요. 그 이후에 교통이 더 원활해 짐에 따라서 사람들은 늘어나고 또 늘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편의 시설들도 늘어나면서 일종의 '역세권'을 형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어떤 목적'으로부터 출발해 자연스럽게 그 목적 달성을 위한 것들 중 '꽤 괜찮은' 것들 위주로 남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역 주변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초기 역세권 형성은 역세권 형성 자체가 그 목적이 아니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경부선 철도는 일제의 침략 수탈의 목적이 컸던 것처럼 말이죠) 그를 목적으로 역을 짓기도 (플랫폼을 만들기도) 하지만 큰 비용과 권한이 필요합니다. 


■ 플랫폼 시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플랫폼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주제로부터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매우 무책임한' 말이라는 생각이 문뜩 들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권한을 갖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그런 의도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었겠지만 '페이스북'을 만들고 '구글'을 만들고 '네이버'를 만들고 '경부선을 깔고' 정도의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플랫폼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입니다. 가능한 많은 지식과 능력을 개발하고 부족한 부분은 관계(네트워크)를 통해 극복하면서 말이죠. 




전 앞으로도 플랫폼이라는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해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플랫폼 시대의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볼 일 없는 공간에 유튜브 보다가 화나서 주저리주저리 써보았습니다'

'사람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에게 엄한 사람이 와서 장사해도 크게 머라고 안하는게 플랫폼'

'그건 그냥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