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했는데 이렇게 밖에 못합니까?
점심 식사를 위해 국기원 사거리 쪽 광양본가라는 음식집에 가게 되었다. 이전에 회식 장소로 알아보기도 했었고, 20년 넘게 운영했던 집이 이전했다는 얘기도 알고 있어서 기분 좋은 상태로 대기 번호를 받기 위해서 카운터로 갔다. 분명 미팅도 잘 끝났고 날씨도 좋아서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고 12시가 넘은 시점이라 기다리는 것도 예상했음에도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남기고 돌아오게 되었다.
첫 번째.
대기표를 받기 위해 이미 계산하고 있던 사람들 뒤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분명 내 차례임에도 2명이나 끼어들어서 대기표를 받는 게 늦어졌다. 카운터 직원과 얘기를 하고 싶으면 순서를 좀 지켜야 하는 게 아닌가? 카운터 뒤로 돌아가 주차권을 달라고 하던 아저씨와 우리 일행이 몇 명인지 얘기하던 도중 끼어든 아줌마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두 번째.
대기표를 받기 위해 내가 카운터 직원과 나눈 대화는 2문장. 3명이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일단 이 두 문장을 말하기 위해서 나는 상당히 인내해야 했다. 3명이라고 말한 뒤 다른 용무로 끼어든 사람을 먼저 응대 해주고, 얼마나 기다려야 되냐고 물어본 뒤에도 앞서 끼어든 2명을 모두 응대해 준 후에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번호표를 받으려고 하니 몇 명이냐고 또 물어보는 게 아닌가...? 애초에 순서를 기다린 내 용무를 처리해줫으면 5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불친절한 말투는 둘째 치더라도 이건 뭐 하자는건지 이해가 안 됐다. 이시점에 다른 음식점으로 가봤자 기다릴게 뻔하기 때문에 일단 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공이 많아 된장찌개는 산으로 갔는가?
10여 분을 기다려 자리에 앉게 되었다.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한 게 문제였을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강남에서 20년을 장사했는데 점심시간에 20분을 기다리게 하다니 그때 부터는 어이가 없기 시작했다. 옆에 서 계신 종업원 분께 음식이 언제나오냐고 물었더니 대답도 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잠시 후 반찬 4가지를 가져다 주시고는 감감 무소식 결국 12시 40분이 되어서야 기다렷던 된장찌개를 받을 수 있었다. 주문 시점부터 음식 받는데까지 30분이 걸렸다.
우리도 음식을 30분 넘게 기다린 뒤에야 받았는데 옆테이블에 갈비탕을 시키신 노신사분들은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갈때 까지 음식을 받아보지 못했다. 점심 시간에 메인으로 밀고있는 메뉴가 갈비탕인듯 한데도 30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조금만 늦게오면 제시간안에 회사에 복귀 못할정도...
옆으로 보이는 주방에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지만 된장찌개는 30분이 지나고야 나왔다. 그렇다고 손님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대기가 길었던 것도 아니다. 번호표를 받을 때 입장한 손님은 3번, 나는 7번이었으니 이쯤되면 주방장의 능력이 의심된다. 바빠보이는 주방쪽과 달리 홀 직원들은 멀뚱멀뚱 서있는 경우가 보였다. 뭐 음식이 나오질 않으니 당연하다.
나는 왜 만원짜리 '시골된장찌개'를 먹었는가?
이... 시골된장찌개는 '연속성을 생각하지 않은 음식'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늘 배운 말이라서 붙이기는 했지만 쉽게 말해 다시 먹을 생각이 없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나는 된장찌개를 상당히 사랑하는 편이라 고급진 음식점에서 내놓는 맛이 궁금했기 때문에 주문을 했다. 충분히 훌륭한 맛이었다. 이게 만 원짜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두부 대여섯 개, 조개 두개, 파, 양파, 된장이 들어있는 전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고깃집에서 무한으로 리필해주는 된장찌개에도 이따금씩 차돌을 넣어준다. 고기 한 점 들어있지 않은 만원짜리 된장찌개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 남기기는 실패한듯 하다. '시골' 된장찌개라 그런 거라고 누군가 얘기해줬다.
이런식으로 어떻게 20년을...?
불친절하고 비싸고 음식도 늦게 나오는 음식점이 어떻게 20년 넘게 잘 운영되고 있을까? 물론 내가 오늘 느낀건 엄청나게 단편적인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과민하게 반응한 것일수도 있다. 다만 최소한 내 기준에서는 이런식으로 영업을 하면 분명히 잘 안되야 한다. 보통 좋지 않은 기억이 남으면 그 음식점은 안가게 되지 않을까?
음식물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은 집게를 바꿔달라고 했더니 똑같이 더러운 집게를 가져다 준 샤브샤브집, 1인분을 시켜도 2인분을 시켜도 똑같은 양의 고기를 내어주며 양이 적다고 하니 서비스라하고 계산을 할때는 제값받는 고기싸먹는 냉면집, 면을 재대로 행구지 않아 따뜻한 면을 내어준 냉면집, 쇠로 된 국자걸이를 같이 끓여 내어준 갈비탕집 등 이런 음식점들도 몇년째 계속 영업을 잘 해오고 있다.
단순히 실수라기 보다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러운 집게가 있을 순 있다. 더러워 바꿔달라고 했으면 최소한 살펴보고 바꿔 줄 수는 있는거 아닐까? 냉면이 안 시원하다고 하면 시원한 육수를 가져다 주면 되는거 아닐까? 이런 음식점들은 자주 갔던 음식점임에도 다시 안가게 되어서 영업을 하고 있는건 알지만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태도로도 계속 운영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뭘까? 생각하게 된다.
< 왼쪽이 처음받은 집게, 오른쪽이 바꾼 집게 >
애초에 불평을 하기 보다 음식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듣다가 '음식과 기억(추억)'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했었는데 쓸데없이 이야기만 길어지고 도통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그냥 여기에서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세상 보기 > 겪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갤럭시 S8 액정(터치 불량) 무상 수리 후기 (0) | 2018.09.17 |
---|---|
KT 무제한요금제 (LTE 데이터 선택 > 비디오 ON 요금제)로 변경한 이유 (1) | 2018.09.15 |
태풍 제비가 온다? 21호 태풍 제비 최고 500m 물폭탄? (0) | 2018.09.03 |
두피열로 고생하기 시작, 편백 배게를 구매했다. (0) | 2018.08.26 |
21호 태풍 제비, 22호 태풍 망쿳 발생 주목 (0) | 2018.08.24 |